겨울 설산 강원도 영월 구봉대산

3월 19일 이른 아침 우리 동네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만 오늘 가기로 한 산은 강원도에 있는지라 부랴부랴 짐 챙겨 집을 나섰지요. 라디오에서 강원도는 추워서 눈이 내린다는 그것도 폭설이라는 예보를 듣고 안심하며 떠났습니다. 영동고속도에 올라타서 이천 부근을 지나기 시작하니 점점 세상은 설국으로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마침 차량들도 많지 않고 도로도 과속하지 않고 살살 다니면 문제없는 아침이었습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우리의 목표인 강원도 영월에 있는 법흥사 주차장쪽으로 향하는 길은 한적하고 도로제설 작업 차량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 게 보였구요. 마을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언덕길 가에 멈춰서 있기도 했네요.

법흥사 주차장과 사찰은 입장료를 받지 않더라구요. 오늘 길에 보니 무릉도원이라는 마을 지나면 법흥사까지 오는데 캠핑장이 제법 많이 보이는게 이곳도 캠핑의 성지 같았습니다. 법흥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좀 넘어서였구요. 간단하게 등산 채비를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10시 30여분 오늘의 목표지인 영월 구봉산으로 출발합니다.

주차장에 등산객들 차량도 안보이고 텅 비어있네요. 우리 앞에 5명의 등산객이 먼저 올라가신 것 이외에 어제 등산객들은 더 이상 보이지가 않았답니다.

법흥사 주차장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구봉산 등산 안내도를 보고 오늘의 대장정을 시작해봅니다. 구봉산은 산 이름처럼 아홉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각 봉우리마다 불교 윤회설에 따른 이름이 붙어 있는 산이더라구요. 하지만 제1봉은 산을 오르며 흰눈에 쌓인 설산 구경하느라 그만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표지판도 따로 보이지 않아 제1봉은 아쉽게도 사진이 없습니다.

구봉산 등산안내도

약 30여 센티미터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구요. 등산로가 전부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여서 오르막 비탈길을 오르는데 상당히 주의를 하며 올라갔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앞장 서 가던 분들이 눈놀이에 빠져 있을 때 우리 일행(2명)은 앞질러서 가기 시작했고,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을 밟으며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새하얀 눈으로 덮힌 계곡의 물이 흐르고 있네여~계곡물따라 봄이 오는 소리가 졸졸 흐르듯이 납니다.

제1봉은 오르는 길에 표지판도 안보이고 그만 놓쳐버리고 제2봉까지 왔습니다. 눈이 많이 쌓여 위험하기도 해서 제1봉을 찾아가는 것은 포기하고 2봉부터 정상인 8봉까지 고고~

구봉산 제2봉 아이봉

구봉산 제3봉 장생봉

제2봉인 장생봉을 지나오면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옵니다.

구봉산 제4봉 관대봉

 

머지않아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에도 연두연두한 나뭇잎들로 뒤덮여 초록의 산으로 변하겠지요. 마른 나무가지에 하얀 눈꽃이 아주 절경입니다.

구봉산 제5봉 대왕봉

설송도 눈꽃을 활짝 피워 너무 멋집니다. 다행히 등산하는 동안 세찬 바람이 불지 않아 전혀 추운 줄 모르고 온 산을 쏘다녔네요. 눈이 푹푹 빠져 그런지 둥물친구들도 볼 수 없었구요.

 

드디어 제8봉 북망봉 구봉산 정상입니다. 헤발 870m로 제6봉 관음봉과 높이가 같군요. 설경이나 주변 경치는 제6봉이 나은 것 같았습니다. 제6봉에서 제8봉까지 오는 등산로는 눈이 쌓여 제법 험해서 힘들게 지나왔네요. 오늘 구봉산에 오른 7인이 만나 함께 정상을 향하였습니다.

구봉산 제8봉 북망봉

구봉산 제9봉 윤회봉

 

구봉산 설산 등산은 원래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 코스로 예상했었는데요.

법흥사 주차장-제2봉-제3봉-제4봉-제5봉-제6봉-제7봉-제8봉 정상을 거처 하산하며 일주문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에서 만나는 제9봉을 지나 일주문-법흥사주차장가지 회귀하는 코스로 총 7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중간에 등산객들을 만나 8봉 정상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시간과 포토타임을 다 포함한 시간인데 설산은 제법 체력이 달리는 산행이라는 걸 느꼈구 여러가지 챙길 것들도 좀 있구요. 비상식량과 물은 필수이고 겨울산행 용품도 필수입니다.

 

강원도 영월 무릉도원 법흥사가 있는 구봉산은 겨울 설산이 아니더라도 또 와보고픈 멋진 산이었습니다.

모두 안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