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통화스와프(currency swaps)'는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게 됐다. 원래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 중 하나지만 이제는 국가간 통화의 맞교환, 즉 국가간 통화스와프 계약을 지칭하는 단어로도 사용된다. 대부분의 언론이나 연구자들은 통화스와프를 양자 모두의 의미로 활용한다. 대중적인 인지도면에선 오히려 국가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오히려 더 일반적이다.
본래 위험회피를 위한 파생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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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는 통화스와프의 본래 의미부터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스와프(Swap)'거래는 미래의 특정한 날짜나 기간을 정해 어떤 상품이나 금융자산(부채도 포함된다)을 상대방 상품(자산)과 일정비율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 미래의 특정한 날짜(기간)을 만기라고 부른다. 따라서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에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스와프 계약형식의 `통화간 교환(Currency exchange)'을 의미한다. 전문용어로 CRS(Currency Rate Swap)라 불리는 이 계약은 통상 만기가 1년 이상이다.
쉽게 말해 통화를 일정기간 바꾼다는 뜻으로 거래 당사자가 약속한 비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서 통화를 교환하는 외환거래를 말하는 셈이다. 금융시장에서 이런 거래가 필요한 이유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고 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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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이 거래되는 미국의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모습. <출처: Wikipedia> | |
달러 등 안전자산 보유자에게 계약조건 유리
수출계약을 따낸 기업이나, 외국펀드,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손해를 보는 사태를 막고 싶어한다. 이 때문에 계약이나 펀드투자시점에 미리 만기에 받을 통화교환비율을 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미리 통화간 교환비율을 정해놓을 경우 투자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올랐을 때도 추가 이득을 보지 못한다. 이처럼 통화스와프를 통해 위험을 회피한다는 의미는 통화가치의 상하향 변동의 위험에서 거래당사자가 모두 자유로워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이처럼 위험을 회피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통화스와프(CRS)의 경우 CRS금리가 이 비용에 해당한다. CRS금리는 통화스와프 계약기간 통한 각 통화를 보유한 사람이 상대방에게 주는 돈값, 즉 금리를 의미한다. 1년 만기로 원화를 가진 A와 달러를 가진 B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는다고 하자. 이 때 달러를 받는 A는 B에게 빌린 달러금리를, 원화를 받는 B는 A에게 원화금리를 각각 줘야 한다.
통상 CRS금리, 즉 위험회피의 비용은 안전하지 않은 통화를 가진 사람일수록 비싸다.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달러보다 보유할 때 위험이 높다. 국제거래 시 활용되는 공통통화가 아니고 국제화 수준에서도 달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낮은 까닭이다. 위에서 예로든 A와 B의 경우 달러를 가진 B가 헤지 비용이 훨씬 적은 게 정상인 셈이다. 따라서 CRS금리는 이 경우 원화를 가진 A가 훨씬 많이 부담해야 한다. 즉 달러를 빌린 데 대한 금리가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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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통화스와프 계약의 구조.
2008년 상반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선 실제로 원화-달러간 통화스와프에서 원화를 가진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원화를 받은 사람이 이자를 주지 않고 도리어 원화를 빌려준 사람, 즉 A에게 돈을 받는 상황이 생겼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수요가 급격히 높아질 때, 즉 위기발생 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수요가 급증할 때 발생한다.
글로벌 위기 후 국가간 통화협약으로 의미확대
사실 통화스와프는 2008년 가을 글로벌 위기 전만 해도 일반인에게 생소한 단어였다. 수출기업 재무담당자나 펀드매니저, 금융전문가가 아니라면 개인이 복잡한 파생상품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일반인에게 친숙한 통화스와프는 국가간 통화스와프 협정(Swap agreement)을 의미한다.
2008년 10월 30일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당시 달러기근에 시달리던 국내 외화자금 시장의 숨통을 틔우고, 시장을 일시에 안정시킨 바 있다. 일반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국가간 통화스와프의 목적은 안정적인 상대국 통화(달러)를 사용해 협약을 맺은 국가의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 데 1차적인 목적이 있다. 통상 스와프 협정의 기간은 3∼6개월이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경우 처음 6개월을 예정했던 체결기간이 2010년 2월까지 지속되기도 했다. 금융시장에서 이뤄지는 통화스와프 계약과 통화스와프 협정은 계약주체와 운용방식, 성격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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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한미 통화스와프는 당시 달러기근에 시달리던 국내 외화자금 시장의 숨통을 틔우고, 시장을 일시에 안정시킨 바 있다. <출처: NG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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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예로 쉽게 말하자면 이는 `한국은행이 미국 FRB에 300억 달러를 인출한도로 한 마이너스통장을 만든' 것과 같다.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미리 정한 한도까지 상대국 통화를 빌려다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인출시기 역시 만기가 아니라 계약기간 중 어느 때나 가능하다. 2008년 10월~2010년 2월까지 이어진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해 우리는 총 16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빌려다 썼다. 그럼 빌려간 달러를 되갚을 때는 어떤 교환비율을 적용할까. 미국이 주도한 통화스와프 협정의 경우 변제 시 `서로 예치하였던 때', 즉 처음 스와프 협정을 맺을 때의 환시세를 적용해 이후 시세변동의 위험을 피하도록 했다.
국가간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이 계약주체로 서로 타국 통화를 인출하는 계약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달러를 일방적으로 빌려다 쓰는 구조여서 미국과 이를 체결한 상대국은 수혜라는 인식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보통 미국 달러와 해당국가 통화교환이 위기 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을 경우 자국 통화가치가 저평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비용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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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후 국제사회에선 미국 주도의 통화스와프 협정의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주도해 `통화스와프의 다자화' 시도도 하고 있다. 국가간 공동으로 일정 규모의 기금을 만들고 위기 시 이 기금을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기본 아이디어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규제 공조방침에 따라 이 논의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당사국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실제 성사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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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태근, 전정홍/매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