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 조중동과 KBS도 참패했다
- 웃고살자
- 2010. 6. 4. 16:38
6·2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천안함 참사를 '북풍몰이'에 악용하고, 선관위가 앞장서 '신 관권선거'를 주도했지만 국민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선거 결과는 조중동과 KBS의 참패이기도 하다.
조중동의 '북풍몰이'는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다. 이들은 천안함 참사가 터지자마자 '북의 소행'을 전제로 안보위기 부각에 나섰고, 초강경 대북 정책을 주장하며 보수세력 결집에 앞장섰다. 정부의 안보 무능과 천안함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색깔공격을 퍼부었다.
한나라당에 불리한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 등 지방선거의 정책 의제들은 실종됐고, 교육감 선거를 '전교조 대 반전교조'로 끌고 가기 위한 의제 왜곡이 벌어졌다. 선관위의 노골적인 '여당 편들기', '신 관권선거' 행태에는 침묵했다. 2008년 촛불집회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촛불 배후세력들이 지방선거에서 뛰고 있다'며 시민단체들의 유권자운동을 흠집 내려 들기도 했다.
KBS도 못지않았다. 보도는 물론 시사프로그램, 특집프로그램까지 총동원해 '천안함 북풍몰이'에 앞장섰고, 여당에 불리한 내용이나 4대강 등 주요 정책의제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노골적인 '오세훈 편들기' 토론회를 기획했다가 거센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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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MBC와 SBS 역시 '직무유기'를 저질렀다.
천안함 보도에 몰두하면서 무상급식, 4대강 사업의 문제, 선관위의 '신 관권선거' 행태 등을 외면했다. [표2]는 경기도에서 무상급식 의제가 떠오른 지난 2009년 6월 이후 선거 직전까지 방송3사 메인뉴스의 무상급식 관련 보도들을 정리한 것이다. MBC가 4건, KBS와 SBS가 각각 3건에 그쳤다.
4대강 사업 관련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4∼5월 방송3사 메인뉴스에서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나 반대 목소리를 다룬 보도는 KBS가 3건(단신4), MBC가 4건(단신3), SBS가 4건(단신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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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전통적인 '동맹세력' 조중동과 '정권의 나팔수'가 된 KBS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고, MBC와 SBS의 '선거의제 외면', '북풍 따라가기'라는 더없이 유리한 언론환경에서 선거를 치렀지만 대패했다. 수구족벌신문의 악의적인 의제왜곡, 정권의 막가파식 '방송장악'으로도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 여당과 조중동이 이번 선거에서 내놓은 의제는 사실상 '안보'와 '반전교조' 밖에 없었다.
선거 직전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이 기자 간담회에서 "다행히" 천안함 참사가 인천 앞바다에서 일어났다고 말해 파문을 빚었는데, 한나라당이 변변한 정책 의제 없이 '북풍'에만 의존했음을 부지불식간에 '고백'한 셈이다.
그러나 '북풍', '반전교조'와 같은 구태의연한 의제설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조중동의 '세치 혀'와 방송장악에 기대 여론을 호도하고 반민주적 국정운영을 고집한다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
한편, 조중동은 자신들의 시대착오적 '북풍몰이'와 '여당 편들기'가 유권자, 특히 수구족벌신문에 정보를 의존하지 않는 젊은 층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증유의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에게 조중동이 내놓은 '북풍' 의제는 불신을 넘어 '웃음거리'가 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의 이른바 '인간어뢰' 보도는 안보태세를 강화하기는커녕 수구족벌신문이 '북풍'을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합조단이 내놓은 어뢰파편 '1번'과 이를 다룬 조중동 보도에 네티즌들이 보인 반응도 비슷하다. 합조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한 20일 조중동 지면은 긴장감이 넘쳤다. 이날 조중동은 정부가 조사발표 전에 미리 제공한 정보로 '결정적 증거'를 분석하며 북한의 소행이 분명함을 강조했다.
"'번'이라는 한글 모양이 북한 선전용 문구에 흔히 등장하는 활자체여서 누가 봐도 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1'을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새겨진 숫자와 비교한 결과 글씨체나 새김 스타일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1번'의 의미는 북한이 이 어뢰를 수출하기 위해 독자 개발했다는 것이다" 등등의 진지한 해석이 실렸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숱한 '1번 패러디'를 만들어내며 조중동을 비웃어버렸다.
조중동은 '결정적 증거'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국민들을 향해 또 다시 정색을 하며 색깔론을 펴지만, 이런 태도는 조중동을 미래 세대로부터 더욱 고립시킬 뿐이다. 정보의 객관성에 주목하고, 그 정보가 제공되는 의도와 맥락까지 살피는 국민들을 향해 걸핏하면 이념의 굴레를 씌우는 악습부터 버리지 않는다면 조중동은 미래세대로부터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다.
KBS 역시 이번 선거를 통해 자신들이 의제설정과 사회적 영향력 있어 얼마나 초라한 존재가 되었는지 깨달아야 한다. 국민들이 정권 심판을 말하고,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을 고민할 때 KBS는 오직 이명박 정권의 비위를 맞추며 '북풍몰이'와 '정권 홍보'에만 몰두했다. 국민은 이런 '정권의 나팔수'를 공영방송으로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MBC와 SBS도 긴장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지상파 방송들이 외면한 무상급식과 4대강사업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의제로 인식했다.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은 어떤 경로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각인된 것이며, 이 과정에서 두 방송사는 무슨 역할을 한 것일까?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권과 주류언론의 의제왜곡에 일방적으로 좌우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MBC와 SBS가 지금부터라도 비판적 의제들을 발굴하고, 정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지상파방송으로서의 존재감을 잃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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