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잖은 CEO자리, 이제 공동으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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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혁신 기업으로 손꼽히는 애플(Apple)의 CEO 스티브 잡스가 최근 다시 한번 병가를 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병가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애플의 주가는 또 한번 출렁였다. 이렇듯 CEO는 기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유망했던 창업 기업이 창업주였던 CEO가 물러나면서 몇 년을 넘기지 못하고 쇠락하는 경우는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하다. 기업에게만 부담인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CEO의 자리를 꿈꾸지만, 사실 CEO의 자리는 외롭고 힘들다.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책임도 홀로 집중된다. 그렇다면 CEO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CEO는 한 명’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살짝 바꿔보면 어떨까? CEO의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함께 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상호보완적인 ‘공동 리더십’을 조망해 보자. (편집자주)


공동 CEO부터 팀 리더십까지…
공동 리더십은 기존에 산업 조직을 이끌어온 가부장적 리더십 스타일과는 반대되는 관점으로, 소통을 기본 원리로 전제한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공동 리더십을 실현하는 방법도 각기 다르다.

1) 하나의 기업에 CEO가 둘이다? 아예 ‘공동 CEO(co-CEO)’ 직함을 만든 회사들이 있다. 이동통신 회사 모토로라, 협업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매장 홀푸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각자의 책임 분야를 나누되 직함 자체를 공동 대표로 두고 최종 의사결정을 함께 내린다.

2) 구글은 지난 10년간 창업주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두 사람에, 40대 후반의 에릭 슈미츠가 CEO로 참여해 셋이 함께 성공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이제 충분하다’는 판단이 든 최근에서야 에릭 슈미츠가 CEO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창업 기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어리고 경험이 적은 창업 CEO를 도와 연륜 있는 CEO가 함께 경영을 하는 경우다. 초기 투자자들이 더욱 안정적인 경영을 통한 수익 확보를 목적으로 공동 리더십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3) 마이크로소프트는 2008년 창업주 빌 게이츠가 은퇴한 후,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그의 빈 자리를 스티브 발머 CEO, 케빈 터너 COO 등 ‘MS 4인방’으로 효과적으로 메웠다는 평을 듣고 있다. CEO가 따로 있고 그 외에 CFO, CMO, COO 등의 최고책임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긴밀히 소통하는 경우다. 

4)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 앤 어소시에이츠는 CEO를 투표로 뽑고 보스와 조직이 없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최고경영자 개인의 리더십 보다 팀원 각각의 자율을 강조하는 팀 리더십이 강조되는 경우다. 공동 리더십을 보다 넓게 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소수의 리더에게 집중됐던 권한을 직원들에게 분배해 더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공동 리더십, 이래서 좋다
공동 리더십을 적용할 때는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 무엇보다도 기업의 의사결정이 탄탄해 진다. 실행에 앞서 서로의 지혜를 충분히 나누어 결정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자기과신과 독단을 피할 수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신임리더를 파멸로 이끄는 5가지 덫’ 논문에서 훌륭한 리더들도 왜곡을 불러일으키는 애착,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과거의 기억 등으로 어이없고도 위험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동리더십을 통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매장인 홀푸드는 2010년 5월, 기존 CEO인 존 매케이(John Mackey)에 신임 CEO 월터 롭(Walter Robb)을 임명해 공동 CEO 체제로 전환했다. 매케이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의 2011년 1월 인터뷰에서 “공동 CEO가 되면서 더 개선되고 탄탄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실행에 앞서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도 미리 듣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긴 시간을 거쳐 내린 결정일수록, 실행 시점에서는 이미 반대나 저항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서 업무 실행도 수월해졌다”라고 밝혔다. 구글의 전 CEO인 에릭 슈미트는 지난 1월 CEO직에서의 퇴진을 밝히면서 “지난 10년간 우리(슈미트와 두 창업자를 포함한 세 사람)는 의사결정에 공동 참여해 왔다. 이러한 접근은 지혜를 나누는 데에 있어서 정말 큰 효과를 줬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둘째, 조직의 승계, 분사 등의 사업적 이슈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대내외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모토로라는 1928년 설립되어 80여 년 간 이동통신 기술 분야의 세계 선두업체로 군림해왔지만 2000년 대 들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기술력은 멀쩡했지만 휴대폰 단말기 부분(Mobile Device)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한때는 매출, 이익의 2/3를 차지하던 ‘알짜’ 였지만 노키아, 삼성 등에 밀려 골치덩어리가 되었던 것. 결국 모토로라는 휴대폰 단말기 부분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분사에 앞서, 2008년 8월 공동 CEO를 임명해 그 뜻을 확실히 알렸다. 기존부터 CEO를 맡고 있던 그렉 브라운(Greg Brown)이 케이블 모뎀 및 네트워킹 장비 제조를 담당하고, 퀄컴의 전 COO였던 샨자이 자(Sanjay Jha)가 휴대폰 단말기 사업부를 독립해 맡게 됐다. 자(Jha)는 “공동 CEO를 데려옴으로써 이사회가 주주, 직원, 파트너 등에게 모토로라가 2개의 비즈니스로 분리될 것이라는 사실을 선명히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토로라는 공동 CEO 임명 후 약 1년 반 동안의 준비를 거쳐, 2011년 초 모토로라 모빌리티와 모토로라 솔루션이라는 두 개의 회사로 나뉘었다.

셋째, CEO 본인에게도 새로운 커리어를 열어갈 수 있는 계기를 좀더 쉽게 제공한다. 모토로라의 공동 CEO였던 자는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기술 전문가로, 모토로라와 같은 소비재 제품이나 브랜딩 부분에서는 경력이 크게 부족해 CEO로서는 어려움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모토로라에는 또 다른 공동 CEO인 브라운이 있었기에 그는 공동 CEO의 직함을 가지고 본인의 CEO로서의 역량을 ‘테스트’해 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는 휴대폰 사업부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운영비용을 대폭 줄였고, 안드로이드 기반 신제품 개발을 성공시키는 등 성공적인 CEO 데뷔를 했다. 2010년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1% 증가해 34억 달러에 달하는 등 재무적으로도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았고, 모토로라 분사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그러나 공동 리더십이 늘 유용한 것은 아니다. 역할을 같이 맡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 구글의 경우, 최근 성장 정체를 맞은 데다 애써 키워놓은 기술인력들이 “규모가 커지며 관료화 되었다”는 불평과 함께 페이스북 등 타 IT 회사로 대거 옮기는 등 위기에 몰렸다. 슈미트전 CEO는 구글의 공식 블로그에서 “회사 최고경영진에서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나눠야 한다는 데에 셋 다 동의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탄탄한 의사결정이 강점이지만, 내부 소통이 부족하면 오히려 스피드 경영 시대에 뒤처지는 느린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일례로, SK텔레콤은 2008년 글로벌 사업 실행력 강화를 목적으로 사내회사 CIC(Company In Company) 제도를 실행했으나 2년만인 2010년 제도를 대폭 축소, 보완했다. CIC 제도는 이동통신 부문, 글로벌 경영 부문, 컨버전스&인터넷 부문의 3개 CIC로 사업영역을 나누어 각각의 CEO를 임명하고 인사권, 사업 전략, 투자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독자적 역할을 줬다.

그러나 정문원 SK텔레콤 대표는 “CIC로 인해 통신환경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하나의 회사 아래에서 사업영역별로 수장을 나눠 놓으니 각자의 CIC에 보다 신경을 쓰게 되는 등 ‘집안’ 조율에 에너지를 더 쓰게 되었고, 바깥 관리를 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공교롭게도 이 시기 SK텔레콤은 경쟁사에 비해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이 늦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지난 해 CIC의 독자 권한 중 인사권, 전략 등이 중앙으로 돌아왔다. 소통에는 계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하성민 SK텔레콤 총괄 사장은 “4명의 CIC 사장들이 매주 회의를 하며 의견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세기, 공동 리더십으로 물 흐르듯 소통하고 함께 궁리하라!
지금 공동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선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바로, 소통의 중요성이다. 과거에는 똑똑한 리더가 지혜와 통찰력을 발휘해 기업을 이끌면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 이슈도 더욱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려워 리더의 의사결정 어려움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이제는 창의적으로 일해야 한다. 복잡한 문제에 대해 기존에 없었던 창의적인 해결안을 궁리해 풀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한 사람의 고민보다 더욱 창조적인 결과물이 창출된다. 지식경영 분야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는 그의 저서 ‘지식 창조 기업’에서 “앞으로는 각 개별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융합시켜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창출해 내는 조직 체계를 만드는 기업만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동 리더십을 우리 기업에 도입하기란 쉽지만은 않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두 개의 머리가 조화롭게 시너지를 향해 가려면 최고경영진에서도 서로를 오픈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연습해야 한다. 나아가 기업에 소통문화를 널리 퍼뜨려야 한다.

공동 CEO를 도입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는 홀푸즈에서는 월터 롭이 공동 CEO로 승진하기 이전에도 5명의 최고책임자들이 모여 일종의 ‘CEO 커미티’로 활동해왔다. CEO 커미티에서는 전략, 투자 등 회사의 일에 대한 의사결정을 공동으로 진행했는데, 그렇게 10년을 해온 결과 공동 CEO 제도를 똑똑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기업 문화도 다르지 않다. 홀푸즈 점포 내 각 팀 단위별로 권한을 위임해 본사로부터 내려오는 규칙을 최소화해 운영한다. 4주마다 한 번씩 모든 상점의 팀을 대상으로 노동 시간당 이윤을 계산해 바로 다음 급여일에 보너스를 주고 있다. 이 때문에 홀푸즈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린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소통과 책임의 피가 힘차게 돌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CEO의 통찰력에 따르는 독단을 벗어나 그룹 지니어스로 나아갈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공동 리더십을 당신도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오지영 IGM 주임연구원
jyoh@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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