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축구 선수 여민지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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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조간신문 1면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여자 청소년 축구 선수들 사진과 기사로 가득 채워졌더군요.

U-17(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기에 어쩌면 지나친 보도라고도 할 수가 있습니다. 이웃 일본 언론들은 결승에 진출한 사실도 짤막하게 보도했지요. 세계의 축구 마니아들조차도 월드컵 중에서 ‘여자’, ‘청소년’ 이런 키워드가 붙은 것에는 관심을 덜 기울입니다. 어쩌면 맨유와 첼시의 경기보다 훨씬 주목도가 떨어질 겁니다.

그래도, ㅎㅎㅎ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축구광’이어서 일요일 오전 박주영의 모나코FC 경기를 보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결승전을 봤습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트에 탄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눈 비비고 보기 시작한 아내도 눈에 불을 켜고 손에 땀을 쥐더군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국제대회는 모두 10개이더군요. 남자가 6개, 여자가 3개인데 남자 경기에는 풋살, 비치사커가 포함되고 남녀 구별 없이 컴퓨터 게임이 따로 있습니다.

10개 대회 가운데 우리나라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특히 고교 선수가 345명뿐인 우리나라가 3만6000명인 일본을 꺾고 우승한 것은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주고도 남지요.



저는 여러 기사 중에서 특히 ‘여민지의 일기’에 눈길이 갔습니다. 여민지는 언니 격인 한양여대의 지소연과 함께 우리 여자 축구를 이끌어갈 기대주이지요. 이번 대회에서 우승 메달과 함께 골든볼(최우수선수상), 골든슈(득점왕)를 받아 ‘트리플 크라운’을 이룩했고요.

여민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이번에 5명의 대표선수를 배출한 창원 명서초등학교 배성길 감독의 권유로 일기장에 연필 자국을 남기기 시작한 뒤 그야말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기장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된 훈련으로 파김치가 된 날에도 저녁 식사 뒤에는 어김 없이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합숙소에서 오랜만에 집에 와서도 꼭 일기를 썼다고 합니다.

민지의 아버지가 공개한 7년 동안의 일기장에는 매일의 목표와 일과, 훈련상황이 반듯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축구에 대한 이론과 좋아하는 축구선수의 사진이 살아서 뛰고 있었습니다. 그 일기장에는 여민지의 희망과 땀이 있었습니다
.

중학교 1학년 때에는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지난해 일기에는 ‘칭찬에는 더 긴장하고 비난은 더 기쁘게 받아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포항 스틸러스의 파리아스 전 감독이 “처음에 선수들이 칭찬받으면 안주하고, 지적하면 풀이 죽어서 놀랐다”고 하던 것이 기억나더군요.

여민지는 몸을 다쳐서 재활훈련을 할 때에도 일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상체 자전거 15분 30회, 스트레칭 15초 3세트, 수건을 이용해 무릎 굽히기 10회 3세트, 베개 누르기, 베개 모으기, 공 누르기, 발목 가동, 발목 강화’ 등 프로그램을 빼곡하게 기록하며 자신을 추슬렀습니다.

‘문장강화’를 쓴 수필가 이태준은 “일기는 사람의 훌륭한 인생 자습서”라고 했습니다. 헨리 D 소로우는 자신의 일기장에 “일기장은 영혼의 물살이 오고 간 달력”이라며 “나는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여물고 있는 나 자신을 느낀다”고 썼습니다. 건강편지에서 소개한 충무공의 난중일기, 사무엘 핍스의 일기, 안네의 일기 등 일기는 역사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일기는 건강에도 좋습니다. 200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마틴 셀리그먼 교수가 우울증 환자에게 일기를 쓰게 했더니 증상이 크게 완화됐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매일 고마운 것들에 대해 기록하면 삶이 행복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저는 일기 형식은 아니지만, 매일 그날의 목표와 일정 등을 기록해왔습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밑줄을 그어놓았다가 따로 정리를 합니다. 오늘부터는 보다 체계적인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 함께 일기의 행진에 동참하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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